안녕하세요.
「정문」 확장편을 유료 공개합니다. 글 콘티를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원고이며 대사 포함 5,600자가량입니다.
본편에서 그리지 않은 곁 이야기와, 그렸으나 미흡한 실력 탓에 미처 채우지 못한 여백을 메우는 데 초점을 두고 작업했습니다.
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묘사나 표현이 서투르겠지만 이 작가의 방식이겠거니 하고 유하게 넘어가 주시기를…
그럼 시작합니다.
뿌연 여명이 산이마에 걸린다. 첩첩이 두른 검녹색 산,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한 수엽 위로 새가 난다.
청명한 물소리가 퍼지는 경사 길,
우후죽순 늘어선 솟대,
수풀 사이에 들어앉은 정각.
심심산중에 목재 사고가 한 채 서 있다.
두 문짝엔 「양陽」이라 적힌 네모반듯한 종이가 붙었다.
삐걱 소리와 함께 무거운 문이 조심스레 열리고, 다소 지친 기색의 달사가 빠져나온다. 느릿한 거동으로 손잡이를 밀어 닫고는 이내 툭툭, 옷 여기저기 묻은 머리카락을 털어낸다.
“떠나나?”
고저 없이 담담한 목소리가 끼어든다.
“오래도 전에 담배 끊었다면서.”
달사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대꾸한다. 통나무 식탁에 비스듬히 기대선 무영이 어깨를 으쓱 들먹인다.
“보아하니 다시는 만날 일 없겠군.”
그런 기색이라고, 물고 있던 단죽을 무심히 내려놓고는 등을 편다. 달사는 싸움이라도 걸려는 사람처럼 똑바로 걸어와 무영 앞에 선다.
잠깐의 침묵 후, 왼손에 쥔 가위를 내민다. 무영은 영문 모르는 얼굴로 한쪽 눈썹을 찡그린다.
“내 머리카락 잘라.”
이번엔 다른 쪽 눈썹이 치켜 올라간다.
“…?”
“내가 당신 아들 머리카락 잘랐으니까.”
그제야 무영의 눈꼬리가 둥글게 말린다.
달사가 제 입으로 와치를 무영의 아들이라 선언함은, 지난밤 갈등에 대한 답인 것이다.
가위를 쥔 무영이 날 선 끝으로 달사의 턱을 받친다. 짐짓 냉담한 어조로 묻는다.
“보자. 내 아들이 밤새 통곡하던데, 그깟 머리카락 가지고 되겠어?”
“실없는 소리 마, 스승님.”
태연한 대답에 그녀는 얼굴을 굳히고
“너야말로 네 선택이 스승의 본이라도 되는 양 착각지 마라.”
쏘아붙인다.
역시나 무덤덤한 눈은 꼼짝 않는다.
“떠나는 이유야 어찌 됐든, 독선적인 처사지 않나.”
흘긋 사고로 향하는 달사의 옆얼굴을 주시하며 부언한다.
“저 앤 아직 어려. 네가 떠난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으려들 터다.”
지나간 기억이 무영의 뇌리에 스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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